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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글 모음 since 1994

우(愚)한 민중은 없다

by 금퐁당 작은 연못 202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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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은 지역주의에 휩쓸려 투표하는 사람들에게 ()한 민중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우()하지 않은 지식인들이 우()한 민중을 설득할 능력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민중은 민중의 자격으로 평가 받지만 지식인들은 민중을 움직이는 능력으로 평가 받는다. 지식인이 우()하다는 것은 민중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지식인들은 지역주의보다 일반 99%에게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동문회 문화를 잘 알고 있는 99%는 상대편 지역출신이 권력을 잡아 수많은 낙하산들을 요직에 앉힌 뒤, ‘같은 능력이면 우리 동문을 승진시키겠다라고 말하는 상상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지역주의에 편승한다.

 

99%를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보지 않고 지식인들처럼 민주주의를 향한 높은 이상을 가진 정의의 투사로 착각했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서 대안을 만들지 못했던 본인들의 실책은 인정하지 않고 지역주의에 의해 움직이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수많은 99%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1987년 대선 이후 여러 번의 선거가 있었다. 민중을 우()하다고 비난했던 그 지식인들도 한번쯤은 감격했을 것이다. 군부정권을 퇴출시켰고, 전라도의 한도 풀었다. 386세대 중심의 젊은 개혁주의자들도 정권에 참여한 경험을 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다시 이야기 해 보자. 과연 민중이 우()했는가?

 

99%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의 이익이 20년 전과 비교해서 더 커졌는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심해지고 집값과 아이들 교육비에 대한 압박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진보 지식인들이 내세웠던 정의로운 세력들이 집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없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지역주의에 편승해 연줄로 얽혀 있는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챙기려 했던 99%의 선택이 비난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해 주어야 한다.

 

당시의 진보 지식인들에 대해 99%가 의심했던 것이다. 진보 지식인들은 지역주의가 주는 이익보다 99%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 주는 어떠한 것도 만들지 못했다. 99%는 사회생활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이들의 판단은 냉정하고 정확하다.

 

20년 전 젊은 진보 지식인들이었던 386세대가 실세로 등장했다. 당시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자신을 희생하고 국가를 바로 세우려 했던 그들은 99% 처럼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그들 중 일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착각할지 모른다. 정확한 평가를 받고 싶으면 99%에게 물어보라.

 

보수의 기수도 진보의 기수도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방사형 그물망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동문회는 이들을 둥글게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동문회에서 술 한 잔 하면서 서로 형님’, ‘아우하다 보면 그 놈이 그 놈이 된다. 서민들이 지역주의라는 약한 줄 하나를 잡으려고 했을 때 그들을 우()하다고 비난했던 진보지식인들은 더 확실한 동아줄을 잡고서 그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지금 629선언을 이끌었던 386세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1987까지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그 이후 정체되어 썩어가고 있는 그들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좋은 머리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지식인들의 역할은 현실을 정확히 분석한 이후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 한다. 629선언 이전까지 지식인들은 냉철한 머리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었다기보다는 투쟁을 했을 뿐이다. 투쟁의 시대가 지나고 생산의 시대가 온지 20년이 지났지만 그들이 99%를 위해 뚜렷하게 생산해 준 것은 없다.

 

지식인들이 주어진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투쟁한 것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99%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것은 장원급제의 우월감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 민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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