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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글 모음 since 1994

요술피리

by 금퐁당 작은 연못 202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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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유럽의 어느 도시에 셀 수 없이 많은 쥐들이 들끓었어요. 쥐들은 지하실과 곡식 창고 안에 살면서 곡식들을 모조리 먹어버렸어요. 사람들은 고양이를 사고, 쥐덫을 놓으며 쥐약도 뿌렸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도시의 지도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지만 쥐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마침내 시장은 도시에서 쥐를 모두 쫓아내는 사람에게 금 백 냥을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도시의 지도자들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 제안을 따르기로 했어요. 다음 날 도시의 곳곳에 방을 붙였어요. 도시의 쥐를 모두 퇴치하는 사람에게 큰 상금이 수여될 것이라는 소식은 이웃 도시에도 퍼졌어요.

 

한 사나이가 이 소식을 듣고는 이 도시에 왔어요. 그는 시장을 만나 이 도시를 쥐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했어요. 시장은 그에게 일만 잘 해주면 상금을 후하게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사나이는 내일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도시를 떠났어요.

 

다음날 아침 그 사나이는 성문을 통과하여 시내로 뛰어 들어와서 요술피리를 불었어요. 피리소리는 쥐들에게 마법을 걸었어요. 그러자 쥐떼들이 지하실과 창고로부터 기어 나오더니,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갔어요. 얼마 안 가 도시의 모든 쥐들은 그의 뒤를 따라 갔어요.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도시의 강가로 가서 물이 허리에 차는 곳까지 걸어 들어갔어요. 그 때까지도 피리소리는 그치지 않았어요.

 

쥐들은 그를 따라 들어가 그만 익사하고 말았어요. 마침내 그는 도시의 모든 쥐들이 없어 버렸어요. 그는 시장에게 상금을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시의 지도자와 시장은 이렇게 말했어요. “쥐들이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쥐들이 그렇게 된 것이 자네 때문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혹 자네가 아니었더라도 그 쥐들은 그렇게 했을 것이야!” 그 시의 지도자들은 피리 부는 젊은이에게 상금을 주지 않았어요. 그는 매우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며칠 뒤에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 도시로 다시 돌아왔어요. 그리고 다시 요술피리를 불었어요. 이번에는 아이들이 집으로부터 나와 일렬로 쭉 서서 그를 쫓아갔어요. 그는 아이들을 도시 밖에 있는 어느 산으로 이끌고 갔어요. 사람들은 그 후로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이들도 다시는 볼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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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에 진정 필요한 것이 바로 요술피리이다. 어른들의 세상으로부터 아이들을 분리시켜 멀리 데리고 간 이후 새로운 세상을 꿈꾸도록 만드는 피리 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요술피리는 스무 살이 되기 이전의 아이들을 위해서 소리를 낸다. 스무 살이 넘은 어른들은 아쉽게도 피리소리를 들어도 소용이 없다. 그들은 공감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잽싸게 움직이기에는 몸이 너무 우둔하고 무겁다.

 

장원급제 신드롬으로 인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착실하게 대입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변화에 잘 반응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피리소리도 좋아할 것이다.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꿈과 이상이 있다면 대학에 입학하고 난 다음에 펼쳐도 늦지 않다.” 장원급제 정도하고 높은 자리에 오른 후 세상을 바르게 고쳐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어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했던 수많은 아이들이 개혁과 진보 세력이라는 이름으로 꿈을 펼치려 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비리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체제와 싸우려 했지만 패배하거나 체제에 흡수되고 말았다.

 

기존의 흐름을 대체할 새로운 흐름을 만들 때 그 흐름을 완성해야 할 사람들은 아이들이다. 못난 어른들이 만든 세상을 아이들에게 바로 세우라고 부탁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사회체제에 길들여져 복종하기만 했던 어른들과 비교해서 지금의 아이들은 흥미 만점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술피리의 상징적 의미는 단절이다. 과거의 것 중 좋은 것은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나쁜 것은 버린다는 개념이 아니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버린다는 의미이다. 어려서는 엄마 말 대로 행동하는 마마보이로 자라고 커서는 선배가 시키고 가르쳐 주는 것만 따라하는 종속적 인간형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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