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래 전 글 모음 since 1994

세련된 이익추구

by 금퐁당 작은 연못 2020. 2. 7.
728x90

 

구기 종목 중 축구는 대표적인 단체 경기이다. 11명의 선수가 팀워크를 갖추어 상대편과 시합을 한다.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패스이다. 처음 축구를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조건 1:1 돌파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1:1 대결은 팀플레이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결정적인 찬스가 아닐 경우 피해야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자기 앞에 있는 상대의 얼굴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상대를 이기는 것이 축구의 전부인 것처럼 사력을 다한다. 이런 축구는 정말 재미없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시합에서 이기려면 팀 전체의 사기가 중요하다. 11명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각자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격려하면서 상호간의 신뢰감을 다져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 전체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이다. 혼자 스타플레이어가 되겠다고 공만 잡으면 앞 뒤 가리지 않고 돌파하는 선수는 골은 많이 넣을지 모르지만 팀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동료에게 공을 패스하면 그 동료가 자신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주어 골을 넣을 수 있게 된다. 더 큰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작은 이익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진짜 영악하게 욕심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하나의 축구팀으로 보면 스타플레이어라고 자부하는 공격수 한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기가 죽어 있다. 마지못해 억지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스타플레이어들로부터 왜 공을 주지 않느냐고 핀잔을 듣는다.

 

수비나 중간에서 볼을 놓고 상대와 경합을 할 때 스타플레이어들은 앞에서 어슬렁거릴 뿐 전혀 협조해 주지 않았고, 상대의 골대 앞에서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서 있어도 못 본척하고 혼자 돌파해 들어가다 공을 빼앗기던 스타플레이어들이 한국이라는 팀에 있다. 그들은 명성 하나로 돈은 많이 번다.

 

2004년도에 포르투갈에서 벌어진 유로 2004 축구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결과가 나타났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5강이라 불릴 수 있는 팀들이 4강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모두 탈락한 것이다.

 

유럽 축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절대 강자는 없다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유럽 국가들이 체력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에 매 게임 긴장의 연속이다. 종종 유럽에서 동네축구 수준의 아마추어 팀이 최상의 프로팀과 대등한 경기를 하거나 승리하는 해외토픽 감의 소식이 전해진다. 간단히 말하면 누가 누구를 우습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축구 저변이 넓다는 것은 아마추어 팀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 져 있고, 좋은 코치가 많아서 기회와 조건만 갖추어지면 어느 팀이든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유럽의 한적한 도시의 거리를 한가롭게 지나가는 아저씨가 훌륭한 축구선수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은 흥미롭다.

 

축구뿐만 아니라 유럽의 역사를 봐도 각 나라마다 돌아가며 한 번씩 패권을 잡은 경험이 있다.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체제가 유럽에 구축되어 있는 것 같다. 승리할 기회가 항상 열려 있는 것이 유럽사회이다.

 

혼자만 잘나고 잘살고 하는 세상은 재미없는 곳이다. 편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잘 웃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세상이 정말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는 계급에 의해 서열이 결정되어 사람들의 가능성을 죽여 버리는 곳이다. 개인의 능력과 특성에 의해 역할을 분담시키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그 역할분담이 차별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어른들은 자신과 아이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모른다. 전형적인 후진국 형 이익추구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게 산다. 아이들은 서로를 아끼고 격려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만드는 보다 세련된 이익추구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혼자서 독차지 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패스를 해 주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와 여건을 만들어 주면 그의 주변에서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728x90

'오래 전 글 모음 since 199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 결정론  (0) 2020.02.07
이런 후보 없나요?  (0) 2020.02.07
마지막 호랑이의 죽음  (0) 2020.02.07
축 '계급사회로의 진입'  (0) 2020.02.07
그 아버지에 그 아들  (0) 2020.02.07

댓글